다른 피부질환 한의원에 가면 “스테로이드 당장 끊으세요” 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그러나 많은 환자들이 너무 고통스러워 이 단계에서 치료를 포기하게 됩니다. 치료하시는 원장님들이 피부질환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으셔서 그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15 년 전쯤 어느 날 갑자기 몸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전쯤 보건소 공중보건의로 대체복무를 하며 자취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채소와 과일을 멀리하고 고기와 술을 가까이 하던 어느 날, 갑자기 허벅지가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 했으나 밤에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이 몰려왔습니다. 처음에는 허벅지만 가려웠지만 곧 전신으로 가려움증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긁은 부위는 벌겋게 부풀어 올랐고, 부풀어 오른 부위는 더욱 가려웠으며, 가려워서 긁으면 피가 나기 일쑤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피부묘기증이지요. 알레르기약(항히스타민제)을 먹지 않으면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고민 끝에 완치를 위해 스스로 처방한 한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양약을 평생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게다가 약을 먹으면 먹을수록 항히스타민제의 효과도 점점 떨어져 갔습니다. 처음에는 한 알을 먹으면 5일간은 견딜 만 했지만 나중에는 매일 약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고민 끝에 완치를 위해 스스로 처방한 한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복용한 지 며칠 만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달을 먹어도 더 이상 나아지지는 않았습니다. 피부묘기증도 약을 이기지 못하고, 약도 병을 완전히 이기지는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저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시장 골목에 조그마한 동네 한의원을 개원하게 되었습니다.
발효한약을 며칠 복용하지 않아 의도치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시에는 각종 채소를 설탕과 함께 발효시킨 발효액을 식사 대신 섭취해 적은 칼로리로도 포만감을 주게 하는 것이 비만 치료의 트렌드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비만 치료에 응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약재와 채소를 항아리에 넣고 발효시켜 발효액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한결같이 비만이었던 저부터 비만 치료를 위해 먹어보았지요. 그런데 며칠 복용하지 않아 의도치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체중은 별로 빠지지 않았지만 가려움증이 많이 줄어든 것입니다. 과연 어떤 약재를 발효한 것이 효과가 있었나 싶어 여러 가지 약재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발효해 먹어 보았습니다. 연구 과정에서 발효가 잘못되어 버린 약재만도 한 트럭은 될 겁니다. 그렇게 석 달간 먹는 약과 한방 외용제를 겸한 끝에 제 아토피와 가려움증은 완전히 나았습니다.
본격적으로 발효한약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발효 한약을 복용하고 난 후 효과가 있어 증상이 사그라들면 다시 돼지고기, 커피, 라면, 초콜렛, 편의점 도시락 등 가려움을 유발하는 음식들을 일부러 먹어 증상을 심하게 한 후, 다른 발효 한약을 복용해 효과를 시험했습니다. 가려움증을 심하게 하기 위해 며칠째 편의점 도시락으로 연명하던 어느 날, 갑자기 손등이 갈라지고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온몸이 가렵고 피부가 검게 변하는 색소 침착이 뒤따랐습니다. 음식 때문에 전형적인 아토피가 발생한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한약 약리학 책을 뒤져 면역계통에 작용하는 약들을 모두 발효시켜 보았습니다. 고대 본초학 책도 뒤져 가려움증(痒)에 작용하는 약재들을 모두 찾아 발효시켰습니다. 석 달간의 치료 끝에 제 아토피와 가려움증은 완전히 나았습니다.
환자분들의 치료를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피부질환을 고치는 과정은 제 병을 고치는 과정보다 몇 배는 더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면역 계통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듣는 약이 일부 환자들에게는 듣지 않았으며, 그 일부 환자분들의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사상의학 책을 꺼내 다시 공부를 하고 사상 처방을 발효시켜 투여했습니다. 그러자 기존 처방으로 호전되지 않던 환자들이 호전되기 시작했습니다.